가부라기는 예전에 정신외과 수술이 일으킨 여러 비극을 보며 그 잔혹함에 현기증이 났다. 기억을, 사고력을, 감정을 잃어가는 공포, 자기 자신이 망가졌다는 절망. 인간일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긴 고통과 슬픔은 상상할 수도 없다.
"퀴즈를 하나 더 낼게요. 당신 머리가 툭 떨어졌어요.당신은 죽었죠. 그리고 당신 머리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유족은 당신의 머리를 찾아내지 못한채로 장례식을 마쳤어요. 사망신고가 되어 호적도 없어지고 남은 몸도 화장되었고 뼈는 납골당에 모셔졌죠. 이렇게 해서 당신이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당신의 머리를 얻어 소생을 시도했어요. 그리고 당신은 머리만 남은 상태로 되살아났죠. 자, 이제 퀴즈예요. 머리만 남아 되살아난 당신은 누구 것이죠? 아니, 당신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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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없이 발견된 시체, 이어서 몸통, 왼팔, 오른팔, 왼다리, 오른다리가 각각 없는 시체가 발견되고, 몇 개월 째 수사는 진척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담당형사 가부라기는 이 여러 시체들의 잘라낸 부분으로 만들어졌다는 '데드맨'으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소설은 사건을 쫓는 형사와 살아난 시체인 데드맨의 관점을 오가며 박진감 넘치게 진행된다. 처음 데드맨이 등장했을 땐 패를 모두 까고 출발하는 소설인줄 알았는데, 뒤로 갈 수록 앞에 깔아둔 복선이 차곡 차곡 맞춰지며 드러나는 반전이 흥미롭다.
결론적으로는 범인의 동기가 다소 애매하고 뻔한 듯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새로운 질문들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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