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가 가르쳤던 첫 학생들을 회상할 때면,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 방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던 여학생을 떠올린다. 나는 그 여학생이 비정상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그녀가 미쳤거나 몹시 허영심이넘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그녀가 고통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외모 강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많은 여성이 외모 강박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여성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아름다움이라고 강요하는 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성들이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표준을 주입했다. 동시에 아름다움에 과내 걱정하는 여성을 속물이라고 비난하고 그녀들의 걱정을 싸잡아 무시하고는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라고 책망했다.
-프롤로그 중-
나는 세상을 호령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곤 한다.
이런, 그 전에 눈썹 좀 다듬고 아, 다리도 좀 면도하고 모공도 깨끗이, 얼굴색 좀 보정하고 그리고 가슴에 뽕도 좀 넣고 머리도 빗고......-시완클라크 「겨드랑이의 노래」중
소녀들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보다 '어떻게 보이는지'에 더 중요하다고 배운다. 저자는 여성이 자각하지 못한 외모 강박의 다양한 증상을 파헤치고 진단한다. 그리고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 페기 오렌스타인(추천의 말)
1.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이상적인 미인이라면 사회에서 더 좋은 대접을 받았을 것이며, 자신의 내적인 능력과 재능에 더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여성에게 행복의 열쇠가 단 하나, 외모 임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문화 속에서 '그것'을 갈망하는 여성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2. 대상화는 당신이 '생각과 느낌을 가진 사람'이 아닌 그저 '몸 또는 신체부위의 총합'으로 취급받는 것을 말한다. 누군가 당신을 사물로 취급하는 경우 또는 당신이 외모로 누군가를 즐겁게 해줄 떄만 쓸모 있는 사람으로 여겨질 경우 당신은 주체성을 잃고 말 것이다.
3. 외모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비현실 적이다. 그리고 설령 신체적으로 평가받는 것을 즐긴다 해도 그에 따른 대가를 치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외모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 그 외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묶이게 된다.
4. 소녀와 젊은 여성은 자신의 외모로 다른 사람의 관심을 요구하고 눈을 끌 수 있다는 사실을 재빨리 배운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다른 사람이 언제 어디서든 외모를 평가하고 있다는 인식을 내면화 한다. 결국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당신은 자신의 외모에 가장 밀접한 관찰자가 되고 가장 끈질긴 감시자가 된다.
내가 배를 잘 집어넣고 있나? 바지가 엉덩이 사이에 끼지는 않았을까? 여드름이 보이는 건 아니겠지? 머리가 괜찮아 보이려나? 이제 다른 종류의 질문을 던져보자. 내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나? 오늘은 무엇을 배우게 될까? 내 기분이 어떻지? 지금 나에게 뭐가 필요하지?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뭐가 필요할까?
5. 다른 사람을 평가하면 할수록 그만큼 자신도 남에게 평가받는다고 의식하게 되죠.
6. 어떤 사람들은 신체 혐오가 우리의 행동을 이로운 방향으로 바꿔놓는 유력한 증거라고 말한다. 이론적으로 수치심은 당신이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없음을 일깨워주어 스스로의 행동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그런 상황에서 수치심은 적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성의 신체혐오는 세 가지 관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우선, 이상적인 미는 달성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그걸 성취하지 못했다고 해서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는 것은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당신은 실패자가 아니다. 이는 시스템의 농간인 것이다. 두번째로 신체 혐오는 대부분의 여성이 이상적인 미에 좀 더 가까워지도록 장려하지 못한다. 실질적으로는 더 멀어지도록 몰아간다. 세 번째로, 이상적인 미에 가까워질 경우 건강을 보장받지 못한다.
7. 여성의 경우 날씬하지 못한 것이 엄청난 성격적 결함이나 게으름, 폭식이나 생활습관의 부재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8. 온라인 이미지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비교 과정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여성에게 영향을 미친다. 당신이 팔로우 하는 친구가 바로 적절한 비교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들이 올린 이미지 역시 대부분 신중하게 포즈를 취하고 수십장씩 찍은 사진 가운데 골라서 포토샵을 거쳐 필터링된 작품이지만, 그 사실은 쉽게 잊혀진다. 우리는 결국 우리의 실제를 가공된 인생에 비교하게 된다.
9. 미디어 리터러시는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미디어에 담긴 노골적인 주장을 인지하고 이런 메시지의 영향력을 고려하여 좀 더 건강한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행동주의를 지지한다. 기본적인 개념은 미디어 메시지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메시지에 저항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지만 외모 강박의 전투에서 이길 확실한 무기는 아니다. 더 많이 안다는 것만으로는 이상적인 미로부터 당신을 보호할 수 없다.
10. "제 겉모습에 너무나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다른 사람도 겉모습으로 판단했거든요. 저는 겉모습에 완전히 집착했죠. 그리고 진짜 제 모습이나 다른 사람의 내면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11. 내면적으로 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와. 너는 정말 예쁘구나.'라는 말을 듣고 다녔거든요. 그리고 그 말은 제 가치는 예쁘다는 사실 오직 하나라고 느끼게 했어요."
12. 당신의 목적이 여성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라면, 여성에게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다. 그런데도 여성의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한 여러 캠페인은 누군가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여성의 자아인식이 변하여 자신의 모습에 만족할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
13. 베스는 다른 프레임으로 접근한다. 굳이 외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덜 생각하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모를 칭찬하면 여성들이 자신의외모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느낄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외모에 대한 칭찬은 여성의 관심이 외모로 옮겨가게 하거나 자신의 몸이 평가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며 심하면 신체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
14. 연구에 참여한 여성의 대부분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기분이 나아지고 싶어서 팩토크를 했다. 자신의 몸 때문에 기분이 나쁜 유일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동변상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팩 토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대화가 실질적으로 여성의 기분을 나아지게 한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대화가 기분을 더 나쁘게 한다는 증거는 많다.
15. 우리는 신체 자신감을 설파하면서도 자신의 외모를 좋아하는 여성을 거만하고 심지어 여성스럽지 못하다고 취급하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16. 이는 외모 강박의 대책으로써 여성에게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이런 이중 잣대로 인해 여성은 외모에 대해 칭찬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다른 여성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 자신의 외모를 비하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17. 외모 강박적인 문화에 맞서는 가장 쉬운 방법의 하나는 외모에 대한 대화를 바꾸는 것이다. 이는 외모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가장 좋은 것은 주제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것이다. 대화의 주제는 매우 많다. 굳이 우리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18. 대상화의 핵심은여성의 신체를 바라보아야 할 사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이 어떻게 보이는지의 관점에서만 생각할 뿐,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몸을 장식적이고 수동적인 대상으로 생각할수록 기능에 대한 주관적인 감각은 떨어진다. 몸매에 너무 관심을 쏟다 보니 '육체적 자원'으로서 자신의 몸을 존중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19. 신체 호평은 자신의 몸이 문화적 이상형과 일치하지 않음을 상기시키는 수많은 공격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중요한 완충 역할을 한다. 긍정적인 신체 이미지를 지닌 여성들을 인터뷰한 결과 그들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차단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20. 외모 강박은 여성마다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감기처럼 나타날 수 있다. 거슬리긴 하지만 심각하지는 않다. 어떤 여성들은 외모 강박에 의해 인생 전체가 흔들리기도 한다.
나 또한 끊임없이 보여지는 대상으로서 스스로를 검열해왔다. 화장이 잘 안됐다는 이유로 약속을 취소하기도 하고, 외모가 맘에 안드는 날이면 위축되어 집에 갈 시간이 올 때까지 시계만 쳐다보기도 했다. 피팅룸에서 갖고 싶은 옷을 입어보고는 그 옷을 입을 수 없는 내 신체적 결함에 우울해지기도 했다. SNS에 올라오는 이상적인 외모의 사진들을 보고 감탄하면서 나와는 너무 다른 모습에 위축되기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아마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처럼 나도 이 사회가 주는 '여성의 행복은 오로지 아름다운 외모 뿐'이라는 메세지에 잠식당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여자들이 자신이 만약 이상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면, 사회에서 좀 더 좋은 대접을 받았을 것이고 자신의 내면이나 재능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은 놀랍지도 않다.
이 책은 우리가 이 외모강박에서 완전히 벗어나는것은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이를 줄일 수 있는 여러가지 도전들을 소개하고 있다. 외모에 대한 토크 줄이기, 몸의 기능적인 측면에 집중하기 등 지난 2주 동안 책에서 제시한 몇가지 방법들을 실천해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자주 외모에 대해 생각하고 긴장하고 있어서 놀라곤 했다. 저자의 말대로 이 시간과 노력을 다른데 썼더라면 내 삶은 어땠을까.
점점 더 체계화되고 교묘해지는 '외모지상주의'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선택지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절대 달성불가능한 이상적인 외모 기준에 나를 끊임없이 재단하며 살 것 인지, 그 세계에 저항하며 자신만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찾아갈 것인지.
+ 외모강박에 대한 해결책으로써 "있는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는 캠페인은 우리가 가장 쉽게 생각해 온 방법같다. 나 역시도 지독했던 외모강박에서 벗어나는데에 남자친구의 예쁘다는 칭찬이 큰 도움이 됐었기에 그 효과에 대해 의심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저자는 이 방법이 근본적으로 외모강박에서 벗어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몸에 대한 얘기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바라보고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고 더 신경쓰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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