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몰랐던 감정들을 이해하게 되는 게 꼭 좋기만 한 일은 아니란다. 감정이란 참 얄궂은 거거든. 세상이 네기 알던 것과 완전히 달라 보일 거다. 너를 둘러싼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모두 날카로운 무기로 느껴질 수도 있고, 별거 아닌 표정이나 말이 가시처럼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지. 길가의 돌멩이를 보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대신 상처받을 일도 없잖니. 사람들이 자신을 차고 있다는 것도 모르니까. 하지만 자신이 하루에도 수십번 차이고 밟히고 굴러다니고 깨진다는 걸 '알게되면', 돌멩이의 '기분'은 어떨까.
그러니까 내가 이해하는 한 사랑이라는 건, 어떤 극한의 개념이었다. 규정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간신히 단어 안에 가둬 놓은 것. 그런데 그 단어가 너무 자주 쓰이고 있었다. 그저 기분이 좀 좋다거나 고맙다는 뜻으로 아무렇지 않게들 사랑을 입밖에 냈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갑자기 마음속에 탁, 하고 작은 불씨가 켜졌다. 행간을 알고 싶었다. 작가들이 써 놓은 글의 의미를 정말 알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더 많은 사람을 알고 깊은 얘기를 나누고 인간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표지의 무미건조한 표정의 소년, 소설 아몬드의 주인공 윤재는 선천적으로 머릿 속에 아몬드, 그러니까 편도체의 크기가 작아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다. 사람들은 표정도 감정도 없는 윤재를 보고 괴물이라고 수근댔지만, 그의 시선에서는 감정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윤재가 세상이 거부하는 또 다른 괴물 곤이를 만나 변해가는 과정을 보며 결국 사람답게 산다는 것,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하며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할멈의 사랑이 윤재를 세상에서 지켜냈듯이, 윤재를 변화시킨 것도 결국 (그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곤이를 향한 사랑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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